혼란스러움이 일상의 이곳저곳에서 급격히 발생했다 사라진다. 놀랍도록 금방 잠잠해지는 것들에 다시 의구심을 느끼며 이미 해소된 것들에 해소되지 않은 이야기들, 루머들과 겹쳐보게 된다. 프레퍼(Prepper, 준비족)는 세상을 멸망시킬 재앙이 곧 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종말의 날이 왔을 때 살아남기 위한 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종말과 근미래에 대해 대비함과 동시에 푹 빠져 연구한다. 부정은 긍정을 동반하는 것과 같이, 이들은 두려움으로 인해 일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살아간다.
프레퍼의 관점에서 일상에서 수집한 오브제들을 캔버스에 옮긴다. 반짝하며 나타났다가 빠르게 해소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가져와 캔버스에 붙잡아두고, 시시한 가설들과 잇는다. 디스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는 두려움을 일으킴과 동시에 역설적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게 하는 자극제로 작용한다.
시간거품시계, 하늘에 떠다니는 검은공기방울, 하늘의 웜홀구름, 체내 수분을 대체해 줄만한 새로운 반고체 물질, 구름의 관절조각, 오브제들을 캔버스에 옮길 때 캔버스 위에서 우연적인 것들을 계속해서 통제하려고 하면서 두려움을 없애고자 한다. 손으로 뭉친 덩어리들을 펴바르고 문지르며 두려움을 만지기도 하고, 같은 오브제를 여러 번 그리면서 픽션에 논픽션의 가설 1, 2, 3을 세워본다. 그림을 그리면서 두려움에 활력이 추가되고, 가상과 실재의 경계가 불빛처럼 점멸하는 순간 그림이 완성된다.
1. 시간거품시계, oil on canvas, 60x80cm, 2022
2. It’s your new skin, oil on canvas, 37x44cm, 2022
3. 엉엉 울어 얼굴이 부어서, oil on canvas, 129x159cm, 2022
4. He sometimes stand and walk, oil on canvas, 65x77cm, 2022
5. re-, oil on canvas, 23x34cm, 2022
6. Heads and tails, oil on canvas, 135x92cm, 2022
7. 천사의 발자국, oil on canvas, 82x102cm, 2022
8. 6ㅣue field, oil on canvas, 133x82cm 2022
9. 구름관절조각, oil on canvas, 22x16cm, 2022
10. :), oil on canvas, 15x15cm, 2022
11. Step, oil on canvas, 42x51cm 2022
12. Bubble update, oil on canvas, 73x61cm, 2022
13. Gray Time Zone, oil on canvas, 183x116cm, 2022
14. 신인류 프로필, digital print, ink, 21x29.7cm(6 piece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