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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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Casa>는 집안 움푹 패인, 때론 숨겨진 공간들을 볼록하게 뒤집은 형태로 나타내 일상 공간의 반전된 모습을 통해 공간 인식이 달라지는 현상을 탐구한다. 전시는 를 기점으로 집안에 보이지 않는 얕고 깊은 공간들을 옮겨왔다.

 

< La Piscina>는 견고(solid)한 구조물과 물속에서 관찰되는 부산물들을 통해 기억 속 트라우마의 공간을 눈앞으로 호출한다. 초등학교 때 수영장에 빠져 익사할 뻔한 사건을 기반으로 한 이 작업은 사건 이후 수영장에 가면 물 밖의 관망자를 자처하는 나의 시점으로 서사한다. 물속에 빠져서 첨벙거리며 물을 한껏 먹은 채, 수영장 가장자리의 타일을 간신히 짚고 가라앉는 것을 모면했다. 사방이 트여있는 바다가 아닌 인용된 자연— 바다를 인공적으로 끌고 와서 재현한 수영장, 제어된 곳이었기 때문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장소(site) 위에 세워진 공간(space)의 형식을 적용한 새로운 형태의 수영장을 제시한다. 장소 위에 공간이라는 형식을 뒤집었을 때, 수영장은 볼록(convex)하게 지면 위로 올라오는 형태가 된다. 아래에서 위로 바라보게되는 수영장은 애매한 크기와 그것을 덮고 있는 다양한 크기의 타일이 정형화된 수영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틈이 있는 구조는 실질적으로 그 속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관객을 관망자의 위치에 세운다. 공간도 아니고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또한 아닌 이 수영장은 주로 고정된 수영장을–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possibly portable)– 장소와 공간, 혹은 오브제의 경계에 놓여 있는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