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상
shsqb@naver.com
@shin.hyisang


물체에는 신비와 매혹이 있다. 나는 간혹 물체의 존재감에 경탄하기도 하지만 희극적인 배신을 목격하기도 한다. 나는 이때 정면을 봤다고 말한다. 사람의 얼굴처럼, 무언가가 한 번에 들어온다. 정면은 내가 몸을 움직여 바라보는 화각이 아니라 상황이다. 빛이 구멍처럼 보일 때 ... 풍경이 평평할 때 ... 물체가 만들어질 때 ... 플래시를 키면 피부처럼 보일 때 ... 물체의 정면은 순간과 표피 그리고 이해의 태부족이다. 표피는 껍데기가 아니라 속을 채우는 내용물이다. 물체가 그 자체가 부정이기 때문에, 나는 아는 것이 없고 비관계자다.
의미나 물성이 아니다. 내가 모르는 물체를 접할 때 물체는 먼저 제 피부만 내어준다. 마치 처음 보는 동물처럼, 나는 표피가 반복되고 작아지며 속을 꽉 채운 덩어리를 그린다.

조각은 물체의 상황이다.
조각은 물체 표피 그리고 운동이다.
상황은 삼위일체나 정반합을 이루진 않고, 좌표를 나선으로 지나며 아이러니를 그린다.
물체는 어느 정도 조각 같은 혐의를 가진다.
하지만 다른 것과 조각의 차이는 조각은 가능한 단 하나의 구호만 실행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마찰하는 것은 닳고, 외피는 바래듯 조각은 음의 방향으로, 무언가를 덜어내고 단순화하는 일에 가깝다. (하지만 지난하게, 온전한 한 가지 순수 조각 같은에 수렴할 수는 없다)
물체는 묵묵히 무엇이든 부정한다.

 조각과 물체는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만드는 몸짓은 그 사이에서 제 몸을 빚어가는, 사건의 아이러니를 그린다. 하지만 이 상황이 무의미한 반복이 아닌 무언가이기를 바란다.
나는 가능한 모든 형상의 유형을 나열하고, 가장 전형적인 물체를 상상한다. 그게 조각이 되지 않을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