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으로부터 출발한 빛은 풀을 만나 형태를 바꾸고 생명 활동을 일으키며 세상 속에 퍼진다.
풀은 빛을 영양분으로 바꿔 자라나고 주변의 다른 식물들, 혹은 곤충이나 동물들, 균들과 상호작용한다. 주변에 큰 나무가 있는지, 바위가 있는지, 흙의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풀의 삶은 달라지고 향기를 뿜거나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등 다른 생명과의 소통이 일어나기도 한다. 풀 한 포기 안에 흐르는 에너지는 그가 속한 자연 전체에 퍼져 있는 에너지이다. 잎에 닿아 스며든 빛은 잎맥과 뿌리, 때로는 공기 중에 뿌려지는 물질을 타고 전체 숲, 온 세상과 연결된다. 혈관에 피가 흐르듯이 숲 전체를 살리고 있는 강한 빛이 개별적인 식물 안에 흐르는 것을 상상했다.
풀을 볼 때 나는 그것이 만들어내는 산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파리 하나하나가 도시의 오염을 정화하여 사람이 호흡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풀이 그렇듯 사람도, 어떤 생명도 주변의 다른 생명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개인의 안에는 스스로 만들어낸 것뿐만이 아니라 그가 속한 세상으로부터 받은 모든 것이 담겨 있게 된다. 내 안에 있는 에너지는 풀에 담긴 것과 같은 빛이다.
발광하는 풀, 풀에 담긴 빛을 그리는 것은 그런 연결을 되새기는 일이기도 하고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떠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세상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에너지는 혼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보다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