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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 현실 ⸳ 세트 ⸳ 풍경
지나치게 생생한 꿈을 꾸면 일어난 후에도 어디까지가 상상이고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꿈속에는 현실에서 보고 경험한 장소가 변형되어 등장하고, 어디서 수집됐는지 모를 이미지들과 섞여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의식과 무의식이 번갈아 가며 작용하면서 기억의 경계가 흐릿해지는데, 꿈속에서 걸었던 공간들을 더듬으며 기억을 붙잡으려 한다. 한 편의 꿈에도 잘게 잘린 서사들이 들어있다. 나는 그들을 레고가 뭉쳐 있듯 켜켜이 쌓인 덩어리로 인식한다. 그림에서는 그 안에서 접한 각각의 공간들을 필름을 잘라 붙이듯이 직조한다. 결과물은 모델하우스의 평면도처럼 납작해진다. 가벽으로 나뉜 공간들 사이로 층층이 다른 이야기가 채워진 아파트 같기도 하다. 그림 안의 풍경들은 내부와 외부 공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으며 여러 시점이 공존한다.
현실 풍경에도 간혹 꿈에서처럼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거나 자연스럽지 못하게 엉킨 구조들이 있다. 실재하지만 어색한 풍경. 착시에 의해 시점이 여러 갈래로 해석되거나, 합성한 것처럼 주변 풍경과 융화되지 못하고 동떨어진 구조들을 보면 카메라에 담는다. 자연풍경 뿐 아니라 아이돌 뮤직비디오 세트장, 방송 촬영 스튜디오 배경으로 쓰이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조악한 조형물들의 어색한 모습도 찍거나 저장한다. 이들을 건축하듯이 한 화면 안에 겹쳐 넣으면서 더욱 복잡한 구조를 만든다. 풍경 퍼즐들의 가장자리마다 무의식적인 형태의 구조들을 추가해 경계를 연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