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희 HWAN HE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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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대화


어느 흐릿한 유년 시절. 지난 해 여름 날 페스티벌에서 마주친 모르는 사람. 미국의 어느 집에서 우연히 본 가족 사진. 입은 겉옷이 바람에 나부끼던 프랑크푸르트의 어느 다리. 작은 손으로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갔던 어느 상가의 테라스. 그리움의 상태는 다시 돌아가 닿지 못하는 대상을 전제로 한다.

페인팅에서, 재현의 방식으로써 기억의 프로세스는 사라져버린 또렷한 이미지의 발견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간대에 거는 대화의 시도이자 없는 얼굴을 향한 여정이다. 그러므로 기억의 이미지란 과거로부터 가리고 지워진 것이기보다는 형태가 불분명한 그대로 지금 추구되는 것이다.

다시 마주하기에 두려운 얼굴들이 있었고 반면 벅차게 아름다운 풍경들 또한 있었다. 어느 경우에서든 내가 봤던 실제의 것들은 원래의 모습을 잃게 된다. 모난 것들은 다듬어지거나 두꺼운 물감으로 보이지 않도록 덮이고 평범한 것들은 벅찬 감정과 함께 섞여 숭고한 색채를 띤다. 상처 받은 물건은 겹쳐진 타자의 언어 아래서 무뎌지고Couch in Toronto, 2021, 나와 상관 없던 사람의 뒷모습이 조명을 받아 말을 하기 시작한다Woman at Downsview Park, 2021. 작업에서의 이 일련의 과정은 나로부터 시작하여 타자를 거치고, 궁극적으로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모든 초상이 자화상이 된다는 생각도 이러한 과정과 통한다. 내 얼굴을 보기 위해선 잃어버린 타인의 눈동자를 응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2021 Hwan Hee Kim. joyhwanc@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