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준수
mjs23258@gmail.com


<Cuckoo> Statement

1.
얼굴과 비둘기와 식물들, 손과 발, 내장과 살점, 개체와 장소들은 전시장 안에 펼쳐져 있다. 그것들을 붙잡아 하나의 풍경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연쇄적으로 놓인 구조물이다.
필로티(piloti) 구조를 연상케 하는, 네모난 수직의 철제 구조물은 흰색 좌대를 떠받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놓인 나선형의 궤적은 관람자의 동선을 유도한다. 궤적의 중심에는 마스크를 쓴 조각이 있는데, 그 사이에는 기둥들이 나란히 놓여, 관객과 조각은 거리를 두고 서로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관객의 눈과 조각의 사이에는 프레임(frame)들이 존재한다. 또 그 사이에는 오브제와 식물들이 놓여, 관람자의 시선으로부터 조각을 은폐하며, 입체물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방해한다. 관람객은 파편적으로, 네모난 틀 안으로 시선을 정지하여 대상을 보도록 유도된다. 그리고 이러한 제한된 응시는 3차원의 입체물을 경험하는 감각을, 2차원의 정지된 사진을 보는 감각과 뒤섞는다.

2. 
살구색과 붉은색, 파란색의 스프레이나 마스크와 같은 표면은, 신체, 내장, 뻐꾸기의 알과 같이, 대상에 대한 개체적 인지를 부여한다. 이 조각과 오브제들이 개체성을 지니도록 하는 것은, 형태나 부피와 같은 조각의 언어가 아닌, 색과 질감과 같은 평면 매체의 언어이다.
반면, 우레탄 폼, 철과 좌대에 느슨하게 걸쳐 있는 마스크, 띄엄띄엄 분사된 마스크와 같은 색의 스프레이, 새의 알 모형에 반쯤 뿌려진 파란색 스프레이, 스티로폼이 반투명하게 보이도록 도포된 레진 등은, 그것이 칠해진 방식에 있어, 표면과 물질 사이의 틈새를 만들어낸다. 이 작업에서 물질과 표면은 계속해서 비껴 나간다.
스티로폼과 우레탄 폼은 신체의 흉내를 내고, 마스크는 그 흉내낸 어설픈 신체에 얼굴이라는 지점을 위치시킨다. 마스크가 걸쳐져 있는 철제 구조물의 밑에는 캐스팅된 발이 연결되어 있고, 그와 연속해서 바퀴와 화분의 밑동이 연결되어 있다. 네모난 쇠파이프와 이의 구조는 건축적인 함의를 담지만, 마스크나 스프레이, 발과 바퀴 등에 의해 조각적 신체라는 함의 또한 지니게 된다. 비둘기와 알은 그 선후관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알은 다시 파란색으로 칠해져, 뻐꾸기의 알을 연상하게 한다. 이 선후관계 안에서, 비둘기와 뻐꾸기 사이의 분명한 개체적 인지는 다시 모호해진다.
이러한 대상에 대한 불완전한 인지를 만들어내는, 물질과 표면은 사이의 틈새는, 실재와 일루젼 사이의 간극으로 벌어지며, 그 노출과 은폐 사이의 거리가 이 작업을 지탱하는 시각성이다.

3.
설치된 작업과 마주하는 벽에는, 연필로 그린 아치형의 창문 드로잉이 있고, 그 안에 마스크를 쓴 사람의 상반신 사진이 자리한다. 그 아래에 있는 가로로 긴 거울의 테두리에도 마찬가지로, 직사각형의 연필 드로잉이 있다. 그리고 거울에는 어지럽게 왜곡된 작업 하반신의 상이 맺혀 있서, 조각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