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지





<마중>
비디오/컬러/사운드/2021

어느날인가 집을 잃어 버린듯한 붕 뜬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집을 정의해주던혈연과의 동거나 물리적인 정착이 점점 없어지던 순간부터 ‘집’이라는 삶에 필수적인 공간이 흐릿해진 것 같았다. 그 흐릿함은 가족 중 누군가의 집에 살면서까지도 이어졌다. ‘가족’이라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합의된 듯한 집의 구성 조건을 갖추었지만 ‘집’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던 공간 안에서 채 연결되지 못한 거리감을 탐색하는 것으로 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 공간을 오랫동안 사용했던 사람이 남긴 물건들과 사진을 살펴보고 그 사람의 딸을 인터뷰했다. 연결고리들을 발굴해내는 과정에서 우리를 강하게 엮고 있는, 공통되며 대물림되어 온 사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엄마가 딸에게, 또 그 딸에게 이어져 오며 누군가가 누군가의 삶을 위해 마련해 둔 사물에 대한 기억과 감각을 회상한다.
사물에 특정적인 서로의 기억들에 대해 조사하고 편집해가면서 가족이지만 어쩐지 멀고 흐릿했던 누군가와의 연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연결점을 잇다 보면 잃어버렸다고 느꼈던 집의 행방에 대해서도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