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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잉 Showing>, 2021, 2 채널 비디오 설치, 20’ 50”
오승은은 공간, 이동, 그리고 재현에 대한 연구를 한다. 부동산 중개업자 여성을 중심으로 일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는 영상 작업들은 특정 공간을 언어와 퍼포먼스로 재현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의 시발점은 재개발 현장이다. 작가는 거주지 근처에 많은 구역들이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사람들이 밀려나고 공터가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재개발 현장의 테두리는 모두 천막 혹은 슬레이트로 가려졌으며,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천막과 슬레이트는 연극의 커튼처럼 과거가 미래가 되는 과정을 보지 못한 척 하자는 하나의 약속으로 작동 한다. '개발'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행위의 과정'이 막상 가려지고 삭제되고 있다. 영상에서 가려지거나 없는 것으로 여기는 과정을 드러내고자 하는 시도를 한다. 인물들의 공간 재현을 위한 충실한 노력과 함께 노출되는 제작 과정, 촬영 장비, 스태프 등은 재현을 돕기도, 반대로 재현을 방해하기도 한다.
‘여자’의 언어로 설명되고 있는 집은 환상적이다. 이 설명에 따라야 재현되는 집은 화면에 담기는 물류창고와 불일치한다. 계속되는 불일치와 재현의 실패 속에도 ‘여자’는 언어로 지시하고 기술한다. 대사와 연결되는 시각 정보로 인해 물류창고 공간과 대사 속 공간이 잠시 이어진다. 예를 들면 “집이 참 밝네요.”라는 말과 함께 조명기의 강렬한 빛이 쐐진다. 하지만 촬영 장비인 조명기가 화면에 드러나면서 두 공간은 금세 분리된다. 서술과 재현의 화합과 불협으로, 그리고 촬영 과정의 노출로, 허구이고 연극임이 드러난다.
대사 속에서 이들이 거닐고 있는 공간은 ‘집’이다. ‘집’은 일반적으로 사적인 관계가 형성 되기 쉬운 공간이다. 혹은 사적인 관계가 형성된 자들을 초대하고 함께 머무는 공간이다. ‘여자’ 와 ‘남자’는 이곳을 구석구석 꼼꼼히 돌아다니며 구경한다. ‘집’이라는 특수한 공간의 특성에 힘입어 ‘남자’는 사적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반면, ‘여자’에게 공적인 공간인 일터로서의 ‘집’ 안에, 고객과 함께 머무는 시간이 사적인 관계의 발단이 될 이유가 전혀 없는 인물이다. 부동산 중개업에 전문적으로 임한 경험으로 인하여 공 | 사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남자’ 가 꽤 익숙하다. 꽤 익숙하기 때문에 ‘개수작’을 ‘사회적’으로 ‘차단’한다. “쇼잉”을 하는 시간 동안 에 ‘여자’와 ‘남자’의 거리는 계속 변한다. ‘여자’가 앞장서 ‘남자’의 동선을 이끌기도, ‘여자’가 ‘남자’ 뒤에 서서 기다리며 공간을 둘러보는 시간을 기다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거리는 ‘선 넘는 개수작’과 ‘거리 유지’의 기싸움과 더불어, 둘의 대화에서 건축 | 인테리어 업무가 주가 될 때 생기는 갑작스러운 단절 | 거리 | 진지함, 그리고 ‘남자’가 집을 둘러보고 ‘여자’가 그를 지켜볼 때 생기는 적막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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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HOME, 그리고 , 하우스 HOUSE.
이들이 머물고 있는 공간의 이름은 무엇일까.
‘마이 홈’이 되기 직전의 공간,
혹은 건물로서의 ‘하우스’가 된 직후의 공간.
두 인물의 대화 속에서 홈(장소) 에서 하우스(공간)가 되고, 하우스(공간)에서 홈(장소)이 되는,
한 ‘곳 place’ 의 이행의 과정 속에 관객의 위치를 제공하고자 한다.
홈 HOME, 그리고 , 하우스 HOUSE.
이들이 머물고 있는 공간의 이름은 무엇일까.
‘마이 홈’이 되기 직전의 공간,
혹은 건물로서의 ‘하우스’가 된 직후의 공간.
두 인물의 대화 속에서 홈(장소) 에서 하우스(공간)가 되고, 하우스(공간)에서 홈(장소)이 되는,
한 ‘곳 place’ 의 이행의 과정 속에 관객의 위치를 제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