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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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framed Antoinette?
누가 앙투아네트를 모함했나?

 
but what is true in it, so it seemed to me, is that any woman born with a great gift in the sixteenth century would certainly have gone crazed, shot herself, or ended her days in some lonely cottage outside the village, half witch, half wizard, feared and mocked at. For it needs little skill in psychology to be sure that a highly gifted girl who had tried to use her gift for poetry would have been so thwarted and hindered by other people, so tortured and pulled asunder by her own contrary instincts, that she must have lost her health and sanity to a certainty.
그러나 내가 꾸며낸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다시 훑어볼 때 그 안에서 사실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16세기에 커다란 재능을 갖고 태어난 여성은 누구라도 틀림없이 미치게 되어 스스로를 쏴 죽이거나, 아니면 마을 밖의 어떤 외딴 오두막집에서 절반은 마녀 절반은 마법사가 되어 두려움 속에서 조롱을 받으며 남은 날들을 마쳤을 거라는 것이지요. 자신의 시적 재능을 활용해보고자 노력했던 대단한 재능을 소유한 여성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좌절되고 방해받고 자신의 정반대의 본능에 의해 고통받고 산산이 분열되어 분명히 그녀의 건강과 제정신을 잃었으리라는 것을 확실히 아는 데에는 심리학 기술이라는 게 거의 필요가 없으니까요.
― Virginia Woolf, 『A Room of One's Own』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여기 한 여성이 있다. 이름은 앙투아네트. (총명하고 자기 표현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여러 사람과 관계 맺기를 선호했으며 성적으로도 자유로웠다. 병에 시달리다 삶을 마감한 모친이 있었지만 그의 건강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갇혀 지내게 되었고, 감금 생활 끝에 자신을 가두었던 방에 불을 질렀다.

앙투아네트는 샬럿 브론테와 진 리스의 펜 끝에서 탄생한 ‘버사’―‘앙투아네트 메이슨’을 기반으로 하여 만든, 또 다른 가상 인물이다. 버사는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남편 로체스터에 의해 감금당한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서, 『제인 에어』에서는 그저 광녀 버사이지만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서는 억울하게 광녀로 몰린 앙투아네트이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종결부에 드러나는 그의 꿈과 내면은 읽는 내내 숨이 막힐 만큼 어지럽고 격렬하지만 고향인 쿨리브리에서 낯선 영국으로 끌려와 감금당한 지 시간이 꽤 흐른 뒤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광기이다. (그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미치지 않는 편이 더 이상할 지도 모르지)

방화는 광기의 결말이다. 앙투아네트는 저택에 불을 지르고 남편을 불구로 만듦으로써 복수한다. 불을 지른 여성은 그 뿐만이 아니다. 만화 『카사네』의 ‘감금당한 여자’ 이자나도, 시대착오적 인습 때문에 자신을 갇혀 지내게 만든 마을에 불을 지르면서 광기의 시작을 알렸다.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단편 소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에서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방화가 이어지자 여성들은 스스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저항한다. 그것이 광기이든 광기로 간주되는 저항 정신이든, ‘유순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유순함은 광기와 함께 할 수 없으며 방화라는 행위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모티브는 큰 줄기를 타고 이어지는 여러 질문을 낳았다. 방화는 광인의 전유물인가? 그렇다면 방화하는 여성은 무엇인가? 그가 광인이라면 무엇이 여성을 미치게 만드는가? 혹은 방화가 아닌 다른 무엇이, 어떤 것이 여성을 광인으로 규정짓는가? 방화와 연결된 여성의 광기와 정상성의 문제는 작업자에게 화두로 떠올랐다. 다양한 오브제와 영상으로 구성된 이 설치 작업은 그 문제를 감각적 형태로 제시하는 작업이다. 오브제와 조명이 빚어내는 환상, 방 안에 퍼지는 (의도된) 불협화음은 전소된 방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랬는지’ 추측하기 위한 단서들이다. 관객은 방을 불태운 광기와 잔존하는 유령을 감각으로 느낄 수도, 단서를 통해 추론할 수도, 혹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업자는 그러한 체험이 이 쓸쓸한 방을 채우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