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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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 시뮬레이터 어플리케이션 광고를 보고 홀린 듯 다운 받았다. 슬라임 시뮬레이터는 매끈한 유리액정 밑의 반짝거리고 축축해 보이는 슬라임 이미지를 터치하는 게임이다. 터치에 반응하여 질퍽한 소리를 내며 꿈틀거리고 그에 적절한 진동을 동반한다.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화면 속의 이미지와 현실의 감각을 일치시켜 몰입을 유도하던 어플리케이션은 오히려 시각과 촉각 사이의 간극을 극대화시켜 되려, 유리액정의 물성이 더욱 강조되어 다가왔다.

이렇게 이미지로 오감을 자극하려는 시도는 르네상스 시대의 자신이 소유하거나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물을 화가가 그린 정물화나, 풍경화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대리인으로서 화가들은 이탈리아 상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과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들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 | 존 버거 저, 최민 역

대상에 대한 소유욕(앞에 두고 만짐)을 간접적으로 충족시켜주는 평면의 시각적 대체제는 오래된 구상회화부터 사진을 거쳐, 영화, 그리고 VR고글까지, 눈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보는 것과 만지는 것이 조응하지 않는 환경에서,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고 감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눈으로 본 것을 피부로 감각했을 때 생명력을 가지는 것들이 있는 반면, 사라지는 것들도 생긴다. 볼록하게 튀어나와 손으로 만지고 싶은 두께, 눈의 통증을 유발하며 시신경을 자극하는 형광안료, 까맣고 짧은 털이 자라난 표피를 통해 시각과 촉각의 관계에 대해 질문한다. 이 둘은 캔버스 위에서 결합되며, 보는 행위와 만지는 행위, 그리고 캔버스와 이를 응시하는 눈 사이의 관계를 재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