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겸 Hur Kyeom
 

내게 보이는 세계는 조금은 이상한 세계이다. 길거리에서 느닷없이 막춤을 추는 남자가 있고 건물 옥상에서 아래로 힘껏 침을 뱉는 여자가 있고 사람과 개를 피하는 사람과 개가 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데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벌레도 있고 영문 모르게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는 남자도 있다. 그 세계가 실재하는 세계인지 단지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세상인지 알 수 없다.

가끔은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보는 걸까 궁금해진다. 내가 그들과 같은 곳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내가 때때로 낯섦을 느끼듯이 그들도 그렇지 않을까 짐작할 뿐이다. 나의 세계가 특별하지 않다고 한다면 그걸로 안도할 것이고 낯설고 이상하다면 그 세계로 한 걸음 들어오게 한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1. 지하철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사람은 다른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한바탕 웃어 젖힌다. 노인들은 대화를 시도 하지만 사이에 있는 잠든 사람 때문에 여의치 않아 보인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늘 나에게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은 누구보다 친밀한 거리에 있으면서 여전히 서로에게 낯선 존재들이다.



3. 춤추는 사람

언젠가 번화한 쇼핑몰 한복판에서 갑자기 멈춰서 춤을 추는 남자를 본 적이 있다. 남자는 환하게 웃으며 음악도 없이 무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치 그 남자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남자는 행복해 보였다.



4. It(그것)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또는 그것’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아니면 애써 모른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만이 ‘그 또는 그것’을 보고 마치 애초에 존재를 몰랐던 것처럼 놀란다. 누군가는 무언가의 존재를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거울 속의 자신만이 보일 뿐이다.



5. 밤산책

깨로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사회성이 떨어져갔다. 다른 개들을 싫어하는 녀석 때문에 산책은 주로 밤에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밤의 운동장은 그래서 우리에게 맞춤이다. 가까운 학교 운동장에 도착하면 나는 녀석의 목줄을 풀어주고 몇 번이고 운동장을 돈다. 관심이나 위협에 털을 세우고 긴장할 필요도 없다. 시끄러운 소음도 환한 불빛도 없다. 우리만을 위한 세상이다. 우리는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긴다.



6. 어떤 날

옥상 밑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위에서 떨어지는 침을 맞은 일이 있었다. 위로 올라가보니 어떤 아주머니가 눈도 안 마주치고 황급히 아래로 사라져버렸고 담배 연기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