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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이후의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 파티가 끝난 이후 잠에서 깨어 마주하게 되는 더러운 식탁, 함께하던 프로젝트가 무산된 뒤의 나와 팀장님, 졸업 이후의 동기들, 텔레비전 바깥의 정적, 섹스 이후의 현자타임 등등. 어떤 관계든 대상을 향한 몰입과 그것에서 깨어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몰입의 시간은 달콤하고 몰입이 깨어지는 시간은 우울하다. 하지만 정희민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작가는 지난 밤 파티의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몰입 이후의 것들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몰입 이후의 시간, 그 우울하고 권태로운 시간에 대한 변명이나 위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기만적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사실은 그렇게 우울하지 않았어. 어젯밤은 정말로 즐거웠지. 그에 비하면 별 거 아니야. 사실 우리는 그런 상황에 처하면 너무 슬퍼서 이러한 말조차도 나눌 수가 없다. 그저 자고 있는 친구들을 깨우고, 더러운 식탁에 있는 식기들을 싱크대에 담아 설거지하고, 막히는 배수구를 고무장갑을 끼고 뚫어내고, 남는 봉투에 쓰레기를 대충 분리수거하여 문 앞에 갖다놓아야 한다.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계속 파티를 여는 사람이 있고, 우리는 그들의 친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