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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 없고 엉성한 이미지들이 주는 쾌감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캔버스에 오를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왜냐면 너무 보잘것 없고 엉성하기 때문이다.
공책 속에, 수업시간에 받은 프린트물 속에, 파일 속 어귀에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낙서들은 일회적이고 임시적이다. 중간 과정이자 기준치 미만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 불우한 파편들을 모았다.
거기에는 내면에 크게 자리 잡은 상징들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밀하고 원색적이기 때문에 굳이 말해 무엇 하나싶은 일종의 ‘염치없음’이 깃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낙서들은 산재된 채 화면 안에서 도덕적 검열과 분출 본능 사이를 오간다. 이러한 면모가 좀 더 공공적이라고 볼 수 있는 캔버스로 옮겨졌을 때 어떠한 방식으로 변주될지에 주목했다.
처음엔 낙서들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에서 출발해 점차적으로 유기적인 화면을 구성해 나갔고 무작위로 중첩, 변형시켰다. 여러 곳에 존재하는 부유물들을 한 화면 위에 구성한 기준은 퀄리티의 염치 없음, 저퀄의 귀여움을 기준으로 삼았다기보다는 이미지적 네러티브가 연결 가능한, 상상 가능한 것들을 조합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거기에는 작가 신체에 대한 개인적인 이슈, 성적인(sexual) 유희, 학대의 경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