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작업은 원래의 흐름이 끊어지고 흐트러진 공간 속에서 일상적으로 감각하지 못했던 비선형적 시간을 느끼는 것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방 안에서 시작한다. 바닥재의 틈 사이에서 정체불명의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한다. 어딘가에서 들어온 물을 만난 후, 안전한 주거 공간으로써의 방으로 완전했던 곳이 그 밖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 되었다.
멈춰있던 것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홀로 있던 것이 연결되는 상황 속에 하나가 아니면서 유연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그 이야기 안의 풍경의 그린 삽화가 될 수 있다.
나의 삶이 외부와 연결되어있다는 것, 안과 밖을 구분하고 흐름을 찾으며 주변을 인식하는 것 그리고 흩어져있는 나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다. 너무 일반적이거나 추상적인 것들의 모음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작업이 그렇게 느껴진다. 하고 싶은 말을 명확히 하기 위해 구체적인 의제나 실재하는 대상을 가져다 작업과 연결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456BBY123ABY는 공간이 목적하던 흐름의 방향을 드러내고 다른 움직임을 제시한다. 그것은 선형적 시간만을 인식하는 것에서 단위로 나눌 수 없고 전후로 구분 할 수 없는 비선형적 시간을 생각하게 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456BBY123ABY는 극장의 커튼을 연상시키는 막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시간, 그리고 향기와 소리로 채워진 복도로 구성되어있다.
복도는 사람들이 한 축으로 이동하게끔 설계된 공간이다. 긴 복도를 끊어내는 막을 마주할 때 지금껏 그 축을 따라 움직였음을 알 수 있다. 시간도 그것을 선형적으로 만들고 끊어내는 단위를 통해 인지할 수 있다. 막을 통과하는 것은 복도를 따라 가는 행위를 보다 의지적으로 만들고 기존에 복도가 만들고 있던 흐름을 의심하게 하고 복도를 지나는 시간을 길게 늘인다. 익숙하게 받아들인 선형적 시간개념과 익숙하게 지나다닌 공간의 존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보다 앞도 뒤도 아닌 가상의 시간이 복도의 시간과 겹쳐진다. 스타워즈의 시간대를 나누는 Year Zero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ABY(After the Battle of Yavin), BBY(Before the Battle of Yavin)가 쓰인 두 커튼이 있다. 각각 ABY시대의 대사를 읽고 BBY시대의 대사를 읽는다. 대사들은 커튼의 시대 구분 경계 안에서 읽히지만 그 소리는 커튼을 넘는다. 사람들은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나누고 구분하지만 시간은 자를 수 없다.
복도를 채우는 소리는 반복되는 단순한 리듬이다. 이 리듬은 시계 초침의 소리나 심장박동처럼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게 하면서 듣는 사람의 움직임의 빠르기에 영향을 주고 복도의 분위기를 만든다. 마지막 커튼에서 들리는 소리는 첫 번째 커튼에서 들리던 소리보다 울리고 흩어지는 소리로 변해있다. 이 풍화된 듯 한 소리는 막을 통과해오면서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도 함께 지나고 있었다는 것의 힌트이다.
펜넬의 향은 바닥의 펜넬 씨에서 공중으로 확산한다. 복도의 공간을 사람과 다르게 활보하는 냄새 분자는 공간을 채우는 방법으로 공간을 드러낸다. 그리고 확산하고 통제할 수 없는 시간의 특성을 떠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