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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밖에서>는 엄마, 개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개인적인 바람에서 시작된다. 집안의 주축으로 태어난 아들들, 그들이 뻗어나간 가지들은 집의 역사가 되었다. 그러면 역사에 기입되지 못한 출가외인의 이름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가. 한 가문의 정사(正史)에 포함되지 못한 사소한 감정들, 그것을 기록한 사물들에서 우리는 실제 과거가 어떠했는지, 그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소외되었던 감정을 당사자의 입 밖으로 꺼내어 미술 작업으로 남겨 보았다. 우리 가족의 역사를 재구성함과 동시에 외조부모의 딸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그 세대 모든 여성들의 사라져버린 감정들을 현 시대에 불러 오는 시도를 전제로 한다. 그는 질문자인 딸로부터 과거의 집에서 일어난 사건의 구체적인 서술을 부탁받았다. 그런데 그는 집에 대해 생각나는 게 없다고 말하면서, 사라진 고향 집이 현재 본인에게 얼마나 중요하지 않은 공간인지를 말한다. 고향집이라는 과거 공간 안에서 이루어졌던 성차별을 고발하는 대신, 그가 기억하는 아주 사적인 일, 그 집에 가지고 있는 노스텔지어에 집중한다. 한 여성의 과거를 재현하려는 시도에서, 질문자 본인이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한 강요로 빠져버린 이 인터뷰는 질문자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새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