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수 gina0717@naver.com


스테이트먼트 (책상)

재료가 가구로서 완성되기 위한 마감(finishing) 과정은 재료와 나 사이의 마찰을 마모시키며 사물에 아무런 의심 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책상의 색과 광택을 머금던 표면을 들추어내 재료로써 바라보며 다시 거리를 둔다.


스테이트먼트 (화분)

화병에 담긴 날카로운 철사는 함부로 가까이 다가설 수 없게 한다. 자칫 피부와 접촉할까봐 자연히 거리를 두며 바라보기 위한 사물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한다.

스테이트먼트 (항아리)

오래된 건물에 켜켜이 덧바른 페인트가 삭아 떨어져나온다. 조각조각 맞추어져 겨우 서 있던 박물관의 항아리를 만든다. 시간은 사물의 기능을 앗아가고 대신 존재의 가치를 준다.


스테이트먼트 (나비표본)

액자 속 스폰지는 신발 모양을 잡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우연히도 나비 모양을 하고 있다.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면 조금 더 바라보고 싶지만 금세 도망가 버린다. 뜻밖에 마주쳤던 나비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한 액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