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우
@_kimkeonwoo_ellieqq@naver.com
브로콜리 데치기
마음이 동해서 그린 그림이 좋다. 나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기억 속을 노니는 기분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날의 기억, 나눴던 대화, 감정 등을 화면에 드러낸다.
친구들과 청주를 갔다. 덥고 습한 저수지에서 오리배를 탔다. 기억이 휘발되기 전 이날을 붙잡고 싶었다. 레이어를 쌓고, 덧그리며 물의 색, 오리배의 모양, 하늘의 색 등 눈에 담았던 모습을 화면에 나타냈다.
모두 비슷한 일상을 보내지만, 똑같은 일상은 없다. 나는 편한 사람들과 나눈 대화, 백 번 들어도 웃긴 말, 같이 갔던 곳을 항상 곱씹는다. 주고 받은 가벼운 농담을 떠올리며, 유머가 담긴 이미지를 선택해 그린다. 오빠는 새 옷을 고르기 위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를 부른다. 상냥하지만 예민한 남자친구. 친구들과 놀러 갈 때마다 하는 원카드. 주변 인물이나 상황을 생각하는 건 그림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림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걸 느낀다. 한 장의 사진에도 사람의 인상이나 성격이 드러난다. 산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의 사진을 본다. 사진을 찍기 위해 억지로 짓지 않은, 그의 평소 모습이다. 핸드폰 저장 용량이 가득 차도 사진과 영상은 지우기 힘들다. 사진은 지난 시간, 그 사람, 추억을 잊는 걸 막아 준다.
기어 다니며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바닥에 아크릴판이나 비닐을 넓게 깔고, 유화로 그림을 그려 종이에 찍어낸다. 그 뒤, 덧그리거나 콜라주를 이용해 그림을 완성한다. 기계가 아닌, 몸으로 종이를 눌러 느슨하게 찍는다. 한 겹 찍었을 때 물감이 묻은 부분과 빈 부분이 동시에 보여 숨구멍이 만들어진다. 선명하지 않은 윤곽선이 생기고, 레이어를 쌓을 수록 형태는 흐려지며 뭉개진다.
과거는 붙잡을 수 없고, 빈틈을 가진 채 기억된다. 나는 지나간 순간들을 불명확한 표상으로 더듬는다. 기억은 온몸으로 종이를 눌러도 흰 종이가 비치는 모노타이프 같다.
G의 모습,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콜라주
백록담,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아크릴
식물원에 간 G,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앞머리 파마,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수채 물감, 오일파스텔
우럭조림,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콘테
정렬아저씨와 따봉나무,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아크릴
청주 오리배,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오일파스텔, 콘테
추석 보름달과 나,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수채물감
파자마파티,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수채 물감, 콘테
환절기 쇼핑,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수채 물감
백록담,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아크릴
식물원에 간 G,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앞머리 파마,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수채 물감, 오일파스텔
우럭조림,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콘테
정렬아저씨와 따봉나무,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아크릴
청주 오리배,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오일파스텔, 콘테
추석 보름달과 나,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수채물감
파자마파티,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수채 물감, 콘테
환절기 쇼핑, 2023, 종이에 모노타이프, 수채 물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