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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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kim_art

분실물센터 : 잃어버린 것들의 흔적

우리는 상상을 하고 잊어버린다. 촉매를 따라 만들어지는 기억들은 흩뿌려진 채로 잊힌다. 여기서 한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 중 기억이 가장 중요하다 말한다면, 결국 기억들, 즉, 우리의 일부분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의 나, 잃어버리는 나를 작업을 통해 붙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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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가장 낯설다고 느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가장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서 발견되는 낯섦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를 나라고 할 수 있는 기준, 나를 구성하는 가장 크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 결과, 기억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억은 성격과 습관 등 고유한 정체성을 구성해낸다. 하지만 나의 기억에는 구멍이 많다. 여러 이유들로 없어지는 기억들이 있지만, 여기서 가장 빈번하게 생성되며 사라지는 상상이라는 기억에 집중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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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이질적으로 툭 튀어나와 상상을 하게 만드는 상황·형체를 포착하여 캔버스 위에 유화로 기록한다. 그 촉매를 물감 삼아 상상의 단상들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들은 반복해서 중첩되며, 비벼지고, 긁히며, 결국 흐릿해진 허물을 남긴다. 나아가 불순물은 제거되어, 촉매를 담은 흔적만이 투명한 레진에 존재하게 된다.



엉고는 엉덩이 고양이를 줄여 말하는 것으로, 어렸을 적부터 상상으로, 낙서로 많이 그렸던 캐릭터다. 나에게서 상상은 굳어있는 일상으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순간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탈출구였고, 엉고 또한 그런 역할을 했다. 생김새로도 말이다. 그리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도 상상과 같은 역할을 했기에, 유리로 엉고를 만들어보았다.

이러한 엉고는 작업 내에서 허물로도 존재하지만, 실제 전시 공간에서도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순간을 가볍고 편하게 만드는가 하면, 의미 없는 공간을 바라보게 만든다. 공간에 또 다른 상상과 해석을 불어넣는 것이다.



보험사 불러!, 55x46cm, 캔버스에 유화, 2022




하늘 낚시, 55x46cm, 캔버스에 유화, 2022




절벽 끝 화장실, 35x35cm, 캔버스에 유화, 2023




엄지공주 반란기, 64x65cm, 유화에 레진, 2023




나뭇잎 마리오네트, 75x45cm, 유화에 레진, 2023


UFO클럽, 59x89cm, 유화에 레진, 2023




왼__하늘을 반 이상 덮은 나무와 함께 옆면에 네모난 구멍이 있는 허름한 건물의 굴뚝을 올려다본다,
70x54cm, 레진, 조색제, 반짝이가루, 2023

오른__젖은 보도블록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흠집이 있다,
70x54cm, 레진, 조색제, 반짝이가루, 2023




엉고, 가변크기, 유리, 2022~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