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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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어떻게 세상에 존재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그중에서도 몸이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상태에 주목한다. 혹은 너무 당연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것을 다시 돌아본다. 관찰한 상태는 어법과 기준이 되어 조각의 재료가 되는 물질과의 조율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관찰과 제작은 반복되고 순서가 뒤바뀌며 작업에서 작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든다.
길게 서있는 나무 조각 <겨울눈>은 바닥에 떨어진 전나무 나뭇가지 일부를 관찰한 것을 시작 지점으로 삼는다. 전체의 일부였다가 떨어져 나온 가지의 독립된 상태는 조각의 단위와 조건이 된다. 나무 조각 <나방>은 바닥 위에 누운 몸의 크기와 형태에 관한 탐구이다. 몸의 방향과 형태, 두께를 가늠하며 깎은 나무는 관람객과의 거리에 따라 몸으로, 지표로, 다면의 형태로 인지된다. 벽에 걸리고 바닥에 놓인 조각 설치 <Hold>, <Bind>는 오직 천과 밀랍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느슨하게 접합되어 있는 두 작업은 늘어지고 얄팍한 몸을 구성하기도 하고 부피와 형태를 가지기도 하며 변주된다.
조각의 재료들은 서로의 몸을 경유하며 형태를 이룬다. 밀랍과 천은 특정 온도에서 녹고 식어 한 몸이 되고, 나무는 다양한 방식으로 집성되거나 깎인다. 리본과 실은 서로를 고정하며 길이와 거리를 조절한다. 이들은 잘리고, 불에 그을리고, 깎이며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매 순간 향한다. 작업 과정에서 수반되는 지연과 유보의 시간은 조각이 처한 시간이 된다. 다르게 읽는다면 이 시간은 곧 늘어진 시간, 붙잡음의 시간이기도 하다. 길게 늘어진 나무 조각 <느린 약속>에서 얇게 깎인 채 매듭으로 도달하는 나무의 형태는 물질이 버틴 시간과 매듭이 지어지는 시간을 교차한다. 오히려 조각 <몸>을 구성하는 리본은 매듭지어지기보다는 실과 불의 도움을 받아 몸을 고정하는데, 그렇게 설정된 임시적인 상황은 리본의 하나의 양태가 된다. 작업에서 다루는 대상과 접촉하고 관계를 조율하는 시도는 삶의 시간과 속도를 살피고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맞닿음의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어긋남을 가능성을 위한 초석으로 삼는다. 맞닿음의 대상을 이야기하자면 나의 몸, 과거의 존재, 다른 영토를 사는 존재이다. 반대로 바라보면 내가 이들의 몸, 미래의 존재, 다른 영토의 존재인 것이다. 눈을 달리하고, 몸을 달리하고, 다른 곳에 서로를 접속시키며 발생하는 관계의 영역을 탐구하고자 한다.
당신을 위해, 2023, 나무, 실, 34.5x5x14cm, 35x2.5x6cm
겨울눈, 2023, 나무, 유토, 119x10x10cm
Bind, 2023, 천, 밀랍, 25x220x240cm
느린 약속, 2023, 나무, 7x315x4cm
몸, 2023, 리본, 실, 24x30x4cm
Bind, 2023, 천, 밀랍, 25x220x240cm
Hold, 2023, 천, 밀랍, 실, 115x41x22cm
느린 약속, 2023, 나무, 7x315x4cm
몸, 2023, 리본, 실, 24x30x4cm
나방, 2023, 나무, 21x16.5x22cm
나방, 2023, 나무, 21x16.5x22cm
산, 2023, 유토, 15x20x14cm
짓기, 2022, 조형토, 40x40x38cm
산, 2023, 유토, 15x20x14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