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아
simkyungaa@gmail.com@lawomese
수없이 쏟아지고 점멸하는 삶의 사건들 사이에서, 나는 지속되거나 반복되지 않기에 붙잡고 싶어지는 것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시각적 생산의 기준점이자 주체로 삼는다. 나의 그림은 일시적이었던 대상들이 세계에 생성하고 간 흔적들을 그린 기록이다.
시간이 지나 잃어버린 상태에서도 주위를 맴돌며 공간을 점유하는 부유하는 이미지가 남긴 흔적을 되돌아보며, 낮의 현실과 유리된 밤의 비현실적 감각 사이의 교차점을 찾고자 한다. 집합과 해체가 번갈아 오는 밤의 시간은 짧지만, 강렬한 섬광의 감각을 남긴다. 촛불을 끄고 새벽이 밝아오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비공식적인 일탈의 모임은, 그것을 마치며 유령의 부산물, 촛불의 재를 생산하는 것만 같다.
너와 내가 함께 보는 것, 사물의 실재를 기반으로 한 눈에 보이는 진실과 움직임의 잔상을 눈에 기억한다. 붙잡고 싶고 되돌아가고 싶어지게 하는, 짧고도 강렬했던 촛불의 순간의 잉여물들에 주목한다. 잠시나마 상대와, 그리고 세계와 연결되었다고 느낄 수 있었던 흐릿하고도 불명확한 링크를 떠올리며, 찰나에 캐치한 아날로그 필름의 상으로부터 그리기를 시작한다. 반짝였던 것을 더 빛나게 그리고 부드러운 것을 더 풀어지게 그려본다. 이런 손의 움직임은 영원히 과거의 잔상을 되풀이하여 지난 시간 속에 안주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렇게 좋은 순간을 지나왔으니 내일은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속삭이는 미래를 향한 믿음이다.
주변인들과 함께하는 밤의 상을 사진으로 메모하고, 이 상들은 현상이 되기 전까지 필름 롤 안에 잠들어 있다가 한꺼번에 깨어난다. 작게 압축되었던 이미지를 실제와 비슷한 크기로 캔버스 위에 펼치고, 몸을 움직여 붓질을 통해 그 이미지가 존재할 물질세계의 자리를 만든다.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연속적인 시간의 축에서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는, 몸 없이 떠도는 순간들을 포 착한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짧은 시간의 형상들로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캔버스 안에 불러온다. 그 흔적은 붙잡고 싶었던 시간을 호출하며, 흐릿한 형상 내에서 끊임없이 재귀한다.
<Mirage
II>, 2023, 면천에 유채와 에어브러시, 89.4x130.3cm
<Mirage I>, 2023,면천에 유채와 에어브러시, 90x116.8cm
<Mirage I>, 2023,면천에 유채와 에어브러시, 90x116.8cm
<Mirage III>, 2023,면천에 유채와 에어브러시, 89.4x130.3cm
<lemonaded heart>, 2023, 면천에 유채와 에어브러시, 72.7x90.9cm
<one long day>, 2023,면천에 유채와 에어브러시, 162.2x112.1cm
<zia>, 2023, 면천에 유채와 에어브러시, 27.5x34cm
<jeans>, 2023, 면천에 유채와 에어브러시, 45.5x27.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