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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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juuuy


< 유리 에세이[1] : Glass Essai >

오렌지 빛의 무겁고 뜨거운 유리물이 모래와 자갈 위로 부어질 때 그것의 열기와 액체의 상태가 유지되는 시간의 한계 때문에 맥박이 빠르게 뛴다. 어떤 말을 전하기 위해 머뭇거리다가 집중하고, 속에서 무언가를 긁어내고 터트리며 만드는 기다림을- 열이 허락하는 시간동안, 유리를 조각하기 위해 입술을 관에 대고 언어를 빼앗긴 상태로서 다시 불러낸다.

클리어하고 완성도 있게 만들어진 발화는 바라기 어렵다. 전달되는 말에는 수없이 많은 이물질로 만들어진 크랙과 기포가 있고, 심지어는 아주 부서지기 쉽고 취약하다. 그럼에도 말을 건네고 꺼내는 것은 필연적이다. 톡 치면 부서질 겨우내 안정된 유리의 결집에 기대어 깨질지라도 빨개진 얼굴로 말을 꺼낸다.


허술하고 연약한 그대로, 맥박이 안정되며 서냉徐冷[2]된 유리-조각은 견고하지 않은 컨디션을 가진 채로 그동안의 활동을 멈춰진 상태로 고정하고 남기며 보여준다. 내부에 세밀하게 부풀고 끓어오른 여러겹의 레이어는, 떨림이 잦아들며 생긴 침전물이다. 모래와 자갈은 유리로부터 떨어져 나가기도, 액체였던 유리에 작은 기포를 뱉거나 결국 큰 파손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대로 서냉된 상태를 조각으로서 보여주기를 선택한다. 이러한 이물질들과 유리의 취약한 상태, 불안했다는 증거인 유리 무늬들은 서로 기대며 깨지기 직전의 균형을 이룬다.

이물감 많은 발화, 긴장을 머금었지만 온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리며 내는 용기를 유리로서 계속해서 시도하고 싶다.




[1] 앤 카슨Anne Carson의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에서 나오는 첫 번째 작품의 제목인 ‘유리 에세이’에서 차용했다. 책의 역자는  ‘eassay’가 ‘시도’라는 뜻의 프랑스어 ‘essai’에서 유래했음을 언급한다. 전시 제목에 포함된 에세이essay가 작품에 빗대어 수필, 시도 등과 같은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드러내기 위해 한글 제목에 프랑스어가 사용된 ‘Glass Essai’를 덧붙였다.

[2] 유리를 고온에서부터 서서히 냉각시키는 조작


전시전경




떨림의 서냉




Fragile




톡 닿아 맞대며



Essai





Swoll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