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현

yooyooch@naver.com
@chaehyeony00


 도시에서 보는 모든 현장은 내 삶과 분리된 곳이 아니라고 반복해 더듬으며 기억한다.

치열하게 거주권을 주장하는 문장이 벽에 휘갈겨 써진 재개발 현장을 보았다. 당장 나에게 큰 해를 주지 않는다고 믿어지는 것들이다. 도시 골목 사이를 지나가다 보면 공사 전 집을 때려 부수는 현장, 퇴거한 집들과 같은 폐허들을 종종 마주한다. 이런 현장에 가까이 접근할 때 피로감은 몸에 촉각적으로 진하게 내려앉는다. 일상의 “무감각”은 이곳에서 감각적으로 거리 둘 때 가능하다.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의 형태를 두 눈으로 보아도 이러한 태도를 버리지 않은 상황에서 정말 감각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나의 무감각함에 대한 의문이 작업을 하는 원동력이 된다.

미약하게나마 의문을 느꼈던 그 순간을 연장 하기 위해 약한 재료들을 빠르게 덧붙이고 흩뜨려 본다. 구조체에서 비정형적인 형태로 변형되거나. 파편화된 피스(작은 조각)들 이 서로 기대어 지탱하며 덩어리를 만든다. 안정감 있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조금 멀어지거나, 균형감이 없는 피스들끼리 균형을 잡기 위해 몇겹씩 겹쳐 지탱하거나, 피 스가 다른 피스 사이를 통과하며 솟으려 한다. 솟기 위해 형태를 붙이면 어느새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중심체가 없는 중심을 만들기 위해 작은 조건들을 긍정하며 다시 솟아 올라간다. 조각이 계속 비틀리면서 피스들이 헐거워진다. 솟지 않고 옆으로 퍼져 형을 만드는 방식으로 우회하며 조금씩 솟는다.

 

활발히 움직이다가 멈춰 몸이 진정되는 순간, 그 찰나에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이 풍경은 멀고도 매우 가깝다. 손끝에 저릿하게 다가오기도 하며, 먼 곳까지 호흡이 가닿는 느낌이다. 이런 물질의 상태에 질량을 매길 수 있을까? 몸이 하나의 형태로 이뤄지지 않음을 다시 느낀다. 한 목표를 향해 몸을 굴릴 때 느끼는 감각과 달리, 공간 사이를 이동하며 몸에 남긴 과거의 잔상들이 현재의 신체를 지탱한다.




1-0-1 , 2023, 철망,우레탄, pla 빨대, 1.3_45_65cm




arthropod1 , 2023, 반생이, 철사, 100_100_1200cm _크기 변동있음




arthropod2 , 2023, 폼보드,크리스탈레진, 100_40_60cm _크기 변동있음




arthropod2 , 2023, 폼보드,크리스탈레진, 100_40_60cm _크기 변동있음




combing , 2023, 철제구조, 41_41_120cm




combing , 2023, 철제구조, 41_41_120cm




수평으로 활주하는 모서리 , 2023, pla 필라멘트, 철제구조, 110_55_230cm




수평으로 활주하는 모서리 , 2023, pla 필라멘트, 철제구조, 110_55_230cm




시추 , 2023, pla 필라멘트,합판,우레탄,스프레이페인트,2mm철사, 95_55_115cm





옥상 , 2023, 3t 철판, 유토, 라텍스, 25_25_26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