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결
시간의 반대쪽
우리를 둘러싼 시각 환경에서 대칭과 비대칭의 이항대립은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대칭/비대칭의 분류법은 인류가 우주를 분해하고 재구성할 때 기본이 되는 원칙 중 하나다. 우리의 사고 방식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 우주는 그 대립항의 기묘한 구성으로 가득하다. 대부분의 생물은 느슨한 대칭적 외양을 지니지만 엄밀한 수학적 의미에서의 대칭을 띠는 개체는 단 하나도 없다. 대칭적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대칭이다. 이 우주에서 진정한 대칭을 만드는 방법은 손상되지 않은, 깨끗한 거울 표면에 상을 비추는 것뿐이다. 이 세상은 거울의 표면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무수히 많은 대칭들, 눈에 보이지 않는 데칼코마니들의 집합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공간의 형태에서 뿐 아니라 우리가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에서도 대칭은 유효하다. 우리는 이전에 점했던 공간적 위치를 다시 점할 수 있다. 이전의 위치와 현재의 위치, 그리고 미래의 위치는 대칭이나 비대칭 관계 중 어느 하나로 제한되지 않는다.
허나 이렇게 우주를 채우고 있는 대칭이지만 그것이 적용되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공간”에 한정된다는 것이 우리의 보편적인 관념이다. 공간과 달리 “시간”은 대칭적이지 않다. 특히 우리가 시간을 경험하는 방식은 절대적 비대칭성을 띤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전에 있었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지금 있는 시간으로 또한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 자명하다. 뒤로 돌아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오로지 공간 속에서만 가능하고 시간 속에서는 불가능하다. 시간이란 우리 의식이 경험하는 절대불변의 방향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 절대적인 비대칭은 불가항력이다.
시간에서도 대칭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떤 모양일까. 이런 질문은 얼핏 이상한 것으로 들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대칭이라고만 생각했던 우리의 시간 경험을 대칭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형상일까 그리고 어떤 의미가 될까. 불변하는 시간의 방향성을 벗어나서 시간을 다른 방향에서 인식할 수 있을까? 거울이 있는 곳마다 내가 있는 공간의 반대쪽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시간의 반대쪽을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가볼 수 있다면 그 “때”는 어떤 때 일까. 그 풍경을 그려보고 싶었다.
게걸음 카논, 2023, 비닐에 스프레이 스텐실, 140 x 300 cm,풀샷
게걸음 카논, 2023, 비닐에 스프레이 스텐실, 140 x 300 cm,클로즈업
게걸음 카논, 2023, 비닐에 스프레이 스텐실, 140 x 300 cm,클로즈업2
거울의 흐름, 2023, 판화지에 잉크로 볼록판화, 39 x 28 cm_풀샷
거울의 흐름, 2023, 판화지에 잉크로 볼록판화, 39 x 28 cm_클로즈업
인버전 시퀀스를 위한 스토리보드, 2021, 종이에 펜, 7 x 25 cm_풀샷
인버전 시퀀스를 위한 스토리보드, 2021, 종이에 펜, 7 x 25 cm_클로즈업
인버전 시퀀스를 위한 스토리보드, 2021, 종이에 펜, 7 x 25 cm_클로즈업 2
양방향 시간 관점에서 기록한 알고리듬이 사라지던 날의 전개도, 2023, 디지털 드로잉 애니메이션, 3‘ 56“_스틸컷
전시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