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재

summerdance38@gmail.com
@yungheja


  살아가며 상실은 피해갈 수 없는 경험이다. 지금 여기, 부재하는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간직할 수 있을까. 어떤 대상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얼굴을 그리기 보단 그와 함께 한 시간을 떠올리는 것이다. 남겨진 것에서 지나온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상상을 하지만, 완전히 그 시간을 마주할 수 없다. 어제는 오늘에 의한 어제이고, 오늘의 한 달 전은 오늘에 의한 한 달 전인 것처럼.

  나는 남겨진 사진을 보면 오히려 뿌연 안개 속에 갇힌 듯 한 느낌을 받곤했다. 그런 안개 속에서 걸어나오고자 간접적으로 이미지를 생산하는 방식을 선택해본다. 닿을 수 없는 것에 닿으려는 것은 정확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보다 대상이 머물렀던 자리를 상상하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것은 부재와 상실을 대하는 나의 태도이다.

  패류학에서 어떤 학자는 패류의 껍질과 그 안의 살을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흔적처럼 몸에 남아 계속해서 주체의 삶에 침투한다. 안나가 선택한 푸른색의, 불명확한 이미지를 기억과 기록 사이의 무언가로 상정하며, 다른 것이 아닌 지금 살아있는 몸을 기억하고자 한다. 이는 사라져버릴 수 밖에 없는 미약한 존재를 간직하고자 하는 나의 바램이다.

 

햇빛에 타버린 이미지





전시전경
좌_먼 곳의 푸름, 2023, 싱글채널비디오, 2채널사운드, HD, 8분
우 _모래바닥드로잉5, 2023, 트레이싱지에 연필, 500_182cm




먼 곳의 푸름, 2023, 싱글채널비디오, 2채널 사운드, HD, 8분




먼 곳의 푸름, 2023, 싱글채널비디오, 2채널 사운드, HD, 8분




먼 곳의 푸름, 2023, 싱글채널비디오, 2채널 사운드, HD, 8분




먼 곳의 푸름, 2023, 싱글채널비디오, 2채널 사운드, HD, 8분




먼 곳의 푸름, 2023, 싱글채널비디오, 2채널 사운드, HD, 8분




모래바닥드로잉5,2023,트레이싱지에 연필,500_182cm




모래바닥드로잉5_디테일컷 ,2023,트레이싱지에 연필,500_182cm





모래바닥드로잉5,2023,트레이싱지에 연필,500_182cm




모래바닥드로잉7,2023, 트레이싱지에 연필, 16_11.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