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아
@___ziachoimaearichida@gmail.com
2인의 데자부 a déjà vu of two
보편한 가치는 어찌나 지난하고 무례하며 또 동시에 슬프고 아름다운지.
우리는 자명하리만큼 사랑을 본능이라 불러왔으니, 그 바깥을 바라보는 나의 감각은 오차이자 오류였음이 틀리지 않다.
눈에 비치는-오래 두고 볼 때 애처로운-그런 온갖 게 다 사랑같은데, 그렇다면 다 사랑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ᅳ 작가노트 중에
우리는 자명하리만큼 사랑을 본능이라 불러왔으니, 그 바깥을 바라보는 나의 감각은 오차이자 오류였음이 틀리지 않다.
눈에 비치는-오래 두고 볼 때 애처로운-그런 온갖 게 다 사랑같은데, 그렇다면 다 사랑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ᅳ 작가노트 중에
사랑이나 연민과 같은 일반적인 감정, 그 종류대로 낙인되어 온 관계 혹은 감각에서 촉발한 불신 어린 마음이 얼얼하게 서린 화면을 상상한다. 시대 문화를 막론하고, 역사 저 너머의 신화에서부터 동시대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공통문법과 같이 사용되어 온 관계를 인식하는 오래된 방식을 들여다본다. 흔히 ‘클리셰’라고도 부르는 이 구조는 가장 식상한 것, 그러나 동시에 가장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 위를 방랑하는 상징과 메타포를 붙잡아 의문을 품고 회화의 언어를 빌려 새로운 ‘몸’을 찾는다.
2인의 데자부 /
본디 두 사람의 만남은 암묵적으로 서사를 야기한다. 문학이 그렇고, 영화와 드라마가 그렇듯이. 어떤 작품 속 나란한 2인처럼, 회화 화면 위로 두 명의 인물을 소환한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 같은, 어떤 날에 마주친 적 있을지 모르는 미디어 속의 서사적 장면을 떠올린다. 이때 대상이 ‘누구’인지 적확히 상기하는 것보다는, 서로간 어떤 관계를 맺은 채로-또는 어떤 온도를 지니며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지를 붙잡아 내는 일에 더 몰두하기로 한다.
같은 색의 목도리를 두르고 있거나, 비오는 날 마주 보고 누워 시선을 맞추거나, 눈 속에서 손 맞잡아 춤추거나, 멋들어진 풍경을 바라보며 함께 서 있거나. 명백하고 극적인 암시가 아닌-관계를 상상하게 하는 트리거가 되어줄 사사로운 행위들을 불러온다. 이때 아주 오래된 신화에서 또는 아주 최근의 대중매체에서 주로 모티브를 얻어 화면을 꾸린다. 세계가 일반적으로 이야기를 구성할 때에 유구하게 사용해온 사랑의 문법을 단서 삼아, 회화 화면의 최종적인 레이어에서는 나 스스로 감각하는 ‘중간의 정서’를 담지하기를 바란다. 오류라 여겨져 온 것들이 사는 세계. 공식처럼 다루어져 온 클리셰에 던지는 작은 돌로서의 회화적 몸을 계속해서 불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로부터 뻗어져 나온, 현실을 닮은 듯 도리어 낯설게 보이는 형상을 가진 새로운 ‘회화 속 생명체-개체’를 연구한다. 미지근하게 투명한 형상을 떠올려 그리는 과정에서 색과 약속과 함의들로 가득 찼던 신체를 차근히 비워낸다. ‘아무것도 아닌 이들’에 가까워지기 위해, 어떤 쪽으로든 편향하는 시선을 초래하는 현실의 그 무엇과도 뚜렷하게 닮지 않기 위해, 또는 그런 식의 ‘새로운 개체’를 탄생시키기 위해 회화적인 개조를 거치는 인물들은 결국 가능성의 영역으로 다가간다. 그것은 화면 속에 존재하는 이들이 곧 나일수도, 너일 수도, 우리일 수도, 혹은 그들일 수도 있는 가능성이다.
나는 이따금 ‘무엇도 아닌 채 부유하게 됨’을 동경하곤 한다.
캔버스 위에, 그 ‘너머'의 영역에 사는 이들의 몸에, 또 그 몸 너머에 드리운 익숙해 마지않은 풍경들에 나와 너를 맡기며.
(좌)Katie, 2023, oil and acrylic on canvas, 100x72.7cm.
(우)축축한 눈물을 핥아주세요, 2023, oil on canvas, 145.5x97.0cm
(우)축축한 눈물을 핥아주세요, 2023, oil on canvas, 145.5x97.0cm
(좌)Toward the ice field, 2023, oil on canvas, 100x65.1cm.
(중간)그 너머를 들여다보고 싶은데, 2023, oil on canvas, 72.7x60.6cm.
(우)Teatime, 2023, oil on canvas, 53x45.5cm
(중간)그 너머를 들여다보고 싶은데, 2023, oil on canvas, 72.7x60.6cm.
(우)Teatime, 2023, oil on canvas, 53x45.5cm
(좌)마주보는 나르시스, 2023, oil on canvas, 72x60.6cm.
(우)나르시스 마주보기, 2023, oil on canvas, 72x60.6cm.
(우)나르시스 마주보기, 2023, oil on canvas, 72x60.6cm.
(좌)별 스웨터, 2023, oil on canvas, 52.6x45.5cm.
(우)Days, 2023, oil on canvas, 100x80.3cm(each piece).
(우)Days, 2023, oil on canvas, 100x80.3cm(each piece).
(좌)소원수리,2023,oil on canvas,90.9x72.7cm.
(우1)마주보는 나르시스, 2023, oil on canvas, 72x60.6cm.
(우2)나르시스 마주보기, 2023, oil on canvas, 72x60.6cm
(우1)마주보는 나르시스, 2023, oil on canvas, 72x60.6cm.
(우2)나르시스 마주보기, 2023, oil on canvas, 72x60.6cm
끼, 2023, oil on canvas, 50 x 60.6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