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용산 미군기지를 지나다가 Home away from home 이라는 문구를 보았다. 제 2의 고향, 집과 같은 편안한 곳을 뜻하는 이 글귀가, 이제는 이전된 기지에 쌓인 역사의 더께만큼 풍화되어 보였다. 찾아보니 ‘집에서, 집으로’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영화를 보지 못했으나, 영어제목이 Home, away from home인 것은 입양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 중의적 의미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졸업전시의 제목은 ‘사이 그늘의 날들’이라고 한다. 바캉스의 어원과 현재의 상황을 이어서 그 비움과 채움의 의미를 생각하는 기획이라고 이해했다. 올해는 팬데믹 이래 다시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전시가 열린다. 그리고 졸업생들은 전시를 준비하며 바캉스를 떠올렸는가 보다. 일상을 재정의하는 과정을 지나 그 다른 일상이 또 다른 익숙함으로 정착해 가는 지금, 전시나 바캉스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왔을 것이다.
바캉스는 어쩌면 집에서 집으로 가기까지의 여정일 것이다. 떠나 온 집과 향해 갈 집이 다를 수도 있다. 그 사이에서 만나는 그늘, 그 날들의 여정이 부디 시원하고 편안하길 바란다. 그러나 우선 지금은 출렁이는 물결 위에서 반짝이는 반사된 햇빛에 몸을 맡긴 채 생각에 잠겨 본다. ‘여름의 시원한 그늘이 봄까지 녹지 않는 눈의 자리가 되는’ 시간, 그리고 그 속에서 유영하는 우리가 흘러가 닿을 곳에 대해 전시가 말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도해 주신 여러 선생님들과 이번 졸업전시를 이끌어주신 박성원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그동안 학생들을 지켜봐 주신 가족과 모든 분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전시를 마련한 졸업생들에게 축하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