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eve a A f t e r a Teamworks Lecture Intro 한국예술종합학교 아 다음의 아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화랑로

김 가 은 

Max Kim
 







<< -- --- --  그럼에도 불구하고  --  --- -- >>

‘ 기도의 주소지 ’


         주소 없는 기도는 늘 반송된다. 남겨진 이들의 간절함은 어디에 닿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기도의 주소지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 작업을 어머니께 바친다.

        

         엄마가 암 선고를 받은 후 나는 엄마의 불면증을 가져갔다. 그저 나이가 들어서 잠에 못 드시는 줄 알았는데, 생각이 많아서 그랬던 것이었다. 약을 먹고도 3시간을 채 못 잤던 어느 날, 나는 엄마가 되어보았다.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 대신 동생들을 책임지는 다섯 딸 중 장녀, 평생 일 한번 쉬어본 적 없는 멋진 커리어 우먼, 엄격했고 누구보다 딸을 강하게 키우는 게 중요했던 아내. 꼼짝도 안 할 것 같던 기둥이 흔들리는데 아무도 등을 땔 생각이 없다. 아직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나는 흔들리는 기둥을 꽉 안고 서 있는 것 밖에 못한다.



“저는 독실한….“ 뒤에 “….무신론자입니다.”를 붙였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사실은 재미있었다. 누군 웃고, 누군 실망했고, 어쩔 땐 공감하기도 했다. 그렇게 맹신을 멀리하며 살아왔지만, 사랑하는 존재에게 닥쳐온 불행 앞에서 어떤 초월적인 힘을 찾게 되는 인간의 아이러니를 마주했다.

경남 합천 황매산 속 천불천탑에는 수년에 걸쳐 만들어진 소원돌탑과 소원리본길이 있으며, 용바위에 참배 후 바위를 안으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미신이 있다. 불교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돌을 쌓아 올리거나 소원을 종이, 천 등에 담아 어딘가에 묶는 것은 아주 옛날부터 전세계적으로 흔한 의식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특정 종교가 아닌, 그것의 근원적인 힘이 되어주는 영성spirituality과 의식ritualism에 더 집중한다. 정신적 대상으로 주변과 관계 맺는 낯선 공간과 그곳에 직접 관여할 때 발생하는 의미들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돌과 리본에는 아무 힘이 없지만, 좁혀진 범위 속에서 반복되고 쌓이는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사물과 공간 전체의 의미가 변화한다. 그 성격이 점점 짙어지면서부터 특정 아우라가 발생하는데, 그렇다고 그 아우라가 신이나 영성의 존재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공간 속에서 확실하게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인간의 수행성, 즉 동일한 반복 행위와 그 증거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간절함, 절실함, 구원 욕망 등에 있다. 누구에게든 어디에서든 시간은 공평하게 흘러가지만, 천불천탑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사물 하나에 담긴 채로 순간이 되어, 공간을 지속 할 수 있게 해준다.

주변과 관계를 맺는 방식의 면에서 남들과 똑같이 돌을 쌓고 리본을 묶을 수도 있었겠지만, 직접 제작한 오브제를 가져가서 두고 오는 선택을 했다. 공간 속에 의외로 잘 녹아 들기도 하고, 어쩔 땐 이상할 정도로 튀지만, 염원을 담은 하나의 사물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돌과 리본이랑 다를 게 없다.

주로 작품이란 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져, 보존하기 좋은 환경에 보관되는데, 그것과 반대되는 환경에 애초부터 두고 오기 위해 제작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이 작업에서 오브제는 하나의 목적이 아닌 수단이자 과정이 되며, 천불천탑이라는 공간에 가서 놓여야지만 그 수단으로서의 역할도 가능해진다. 돌과 리본이랑 같은 맥락이더라도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위화감은 이를 마주한 사람들에게 의문점을 제공하고, 현재 자신이 속한 공간과 앞으로 할 행동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한다.



지금now, 여기here, 그때then, 그곳there, 순간과 동시에 영원. 이러한 감각들을 한 공간에 담기에는 영상 하나만으로 다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런 부분들을 사진 및 입체 작품, 아카이브 등으로 보완한다. 인화 사진에는 무빙이미지로 채울 수 없는 예리한 몰입감이 존재하며, 매우 동적인 작업 속 순간들을 기록성이 강한 매체로 담는 건 상황에 맞서 예술로 대응하는 나의 기도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입체 작품은 수면 위에 촛농이 한 방울씩 떨어져 굳고 겹쳐진 것으로, 재료의 물성과 반복적인 행위가 만나 탄생한 새로운 형체이다. 작업방식은 중세 주술사들의 민간신앙 점술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찻잎으로 점을 치는 것처럼 그릇에 녹은 밀랍을 떨어뜨려 그 형태를 보고 예지를 했다고 한다. 믿음에서 비롯된 수행성의 예측 불가한 결과로 미래를 점친다는 역설은 의식ritualism을 다루는 이번 주제랑 연관이 있으며, 나의 작업 과정 및 태도의 측면에서도 유사성을 지닌다.

영상이 점점 협업과 빅 프로덕션으로 이루어지는 현재, 카메라 한 대를 들고 홀로 세상 속에 몸을 던져 탐험하는 것이 내 작업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미리 기획하더라도 어떤 변수들이 생길지 모르기에 일단 직접 현장을 발로 뛰고 마주해봐야지만 비로소 방향성이 제대로 잡히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런 과정 속에서 작업은 탄생하거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고 찾아오는 것이 된다. 고로 나는 영상이 가장 직접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작업과정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작업실을 벗어나 타인, 자연, 등과 부대끼며 담아낸 한 순간의 감각들이 작가의 편집과 연출을 만나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 그렇게 낯선 체험과 관계 속에서 장소, 사물, 사람 등은 경험되고 기억됨으로써 의미를 부여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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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ress of Prayers’


Prayers without an address are always returned. If so, where can the desperation of those left behind reach?


After my mother was diagnosed with cancer, her insomnia passed on to me. Until now, I had assumed it was just old age that kept her from sleeping. But I later realized it was the constant dwelling and overthinking that did it. One day, after barely managing three hours of sleep, I found myself standing in my mother's shoes: the eldest of five daughters, taking responsibility for her siblings after her father's passing; a career-driven woman who never once took a break; a wife who sought to raise a strong daughter. Now, the once-believed unsinkable ship starts to tilt over, yet no one seems to jump off. And all I can do is grasp tightly onto the wheel as it goes under.


Within the Hwangmaesan mountain lies a place called 'CheonBulCheonTap' (Thousand Buddhas and A Thousand Pagodas), a temple with a superstition that the stacking stones and ribbon path formed over time can grant prayers. Although it is rooted in Buddhism, <Nevertheless> centers not on a particular religion but on the spirituality and ritualism that underlie it, focusing on the way an unprecedented space can build a spiritual/mental relationship with the world around us and the new meanings that arise when one directly engages in that space.


Objects themselves hold no inherent power, yet the repeated human intervention within the temple gradually transforms the meaning of the entire space. This generates a certain aura, but it does not prove the existence of a higher power or spirituality. Only one thing can be confirmed: human performativity—the evidence of repeated actions, which is made possible by human earnestness, desperation, and the desire for salvation. Time stops for no one, yet those who enter CheonBulCheonTap become moments themselves, indwelt within a stone or ribbon, sustaining the core that lets the space continue its meaning.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도의 주소지, 2024, 단채널 영상 설치, 컬러, 사운드, 5분 50초
Nevertheless : Address of prayers, 2024, single-channel video installation, color

김가은의 영상 작업 스틸컷이다 화면 중간에는 입부터 가슴 위까지 클로즈업 된 나체의 여성이 있다 쇄골부터 목 그리고 얼굴 하관까지 중앙부에 검은칠이 되어있으며 목에는 붉은 오브제를 감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도의 주소지, 2024, 단채널 영상 설치, 컬러, 사운드, 5분 50초
Nevertheless : Address of prayers, 2024, single-channel video installation, color


김가은의 영상작업 스틸컷이다 숲 속 나무 사이에 높게 쌓아올린 돌탑들이 약 10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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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Photography 1~12 , 2024, 한지(수표지) 인화, 42cm × 29.7cm, 작가 제공  
Nevertheless : Photography 1~12, 2024, Korean traditional paper(Hanji) print, 42cm × 29


김가은의 사진 작업이다 나무 사이로 가로질러 달리 줄에 리본들이 걸려있고 그 사이에 오브제가 걸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엿보기, 2024, 물 위에 촛농, 가변 크기,작가제공
Nevertheless: Divination, 2024, candle drippings on water,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큰 사각 어항 입구에 오브제가 떠있는 것으로 보이고 어항 물 속에도 오브제가 떠다니고 있다 한쪽 어항 면은 거울로 되어있고 거기에 오브제가 비치고 있다







전시전경
installation view


전시 전경 사진이다 맞 닿은 두 벽면을 영상이 가득 채우고 있고 바닥에는 카펫이 있다




전시전경
installation view


전시 전경 사진이다 맞닿은 두 벽면을 빔프로젝터 영상이 가득 채우고 있고 액자 6장이 벽에 걸려있다


전시전경
installation view


전시 전경 사진이다 벽면에 영상이 가득 차있고 맞닿은 벽쪽에는 수조가 보인다


전시전경
installation view


전시 전경 사진의 크로즈업이다 제단 위에 각종 오브제들이 올라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