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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 t e r

        이 예 은


⎯⎯  YeEun Lee





깜깜하고 조용한 암실에서 혼자 현상액을 휘젓고 있으면, 온갖 소리와 보일 리 없는 색깔 있는 이미지들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들은 (확대기 모터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약간을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모두 실제가 아닌 내 신경 상의 감각임이 확실하다. 나는 헛것을 본다.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리는 목소리, 사이렌이나 진동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소리, 어려운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잠들기 전까지 끊임없이 들려오지만, 내가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는 환경 아래에서 정해진 반복노동만을 지속하고 있을 때는 어떤 것이 헛것인지 분간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기 때문에 편안하다. 나는 신경 치료의 일환으로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든다.

문제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지 않을 때이다. 그럴 때면 가끔 (내 신경증이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지금 느끼는 이것이 내부의 상상인지, 외부의 존재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게 될 때가 있다.

그런데, 내가 찍은 필름에 나타난 상들은 진짜일까?



셔터가 내려간 순간에는 이미 과거이고, 종이에 그을린 상이 나타나는 순간은 언제나 현재인 이미지. 내가 들여다보는 주변을 찍은 이미지. 어제인지, 오늘인지, 내일인지도 모르겠는 이미지.

분명 실제로 있었던 어떤 상황의 한 부분일 텐데, 그 어느 것도 진짜 같지가 않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영화 촬영장에서도(1), 찬송가(2)와 드릴소리, 언쟁과 몸싸움 소리가 매일 울려 퍼지는 아파트 방에서도(3), 산책길에서도(4), 내 몸에서마저도(5) 나는 현실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내가 보는 ‘실체가 없는 것’에 대한 물증을 찾아내는 일은 매번 실패하고, 그런 점에서 나는 문지방 너머로 악마를 보는 할머니(6)와 내 지각세계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1) 나는 영화 촬영장에서 일한다.
2)나는 예수님의 은혜다.
3)나는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1991년 준공 4~6인 거주용 아파트에 산다.
4)우리 집은 좌우로 도봉산과 수락산을 끼고 있다.
5)나는 성별불쾌감을 느낀다.
6)두 번의 실종사건, 섬망 및 치매로 인해 2020년부터 요양원 생활중.









When I’m alone in a pitch-dark, silent darkroom, stirring the developer, I start to sense all sorts of sounds and colored images that can never be there. I see things that aren’t really there.

Whispering voices, the Doppler effect, the complex sounds of machinery turning—these echo endlessly until I fall asleep. But when I am in a controlled environment, engaged in repetitive tasks that I know well, I can easily distinguish what’s real from what’s imaginary, and I am too busy to care. In this sense, creating something becomes a form of neural therapy.

The real problem arises when I’m not making anything. In those moments, I sometimes cannot tell whether what I feel is an innate inner fantasy or an acquired external presence.

But are the images captured on my film real?


The moment they are captured, they already belong to the past, yet the moment they appear is always in the present—an image of my surroundings, frozen without any sense of time.

On the film set with the camera rolling (1), in my room where hymns (2), drills, and fighting can be heard daily (3), on my walks (4), and even within my own body (5), I never feel a sense of reality. Every attempt to find evidence of the ‘intangibles’ I see fails, and in that regard, I recognize that my perception of the world resembles that of the grandmother who sees demons (6).


1) I work on a film set.
2) I'm YEEUN, the Grace of Jesus.
3) I live in a APT completed in 1991 with no sound insulation at all.
4) My home is located in between mountains.
5) I feel Gender Dysphoria.
6) She's in nursing home due to her missing cases, Delirium&Dementia, sinc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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眩暈(현훈), 2024, 은염사진, 가변크기
Vertigo, 2024, Gelatin Silver Print, dimensions variable

이예은의 사진 설치 작업의 설치전경 왼쪽 절반이다 흑백 사진 인화지 마흔 네 장이 마치 홀 같은 반원 형태로 바닥과 수평을 그리며 공중에 띄워져있다 약한 핀 조명이 사진을 비추는 어두운 방이다









플러시1, 2024, 혼합재료, 76 × 89 × 3 cm
Flush1, 2024, Mixed media, 76 × 89 × 3 cm

이예은의 혼합매체 회화 작업이다 삐뚤빼뚤하게 잘라진 네모난 철판 틀 안에 투명한 천이 실로 사방이 당겨져 고정되어있다 천 위에는 흐르고있는 빨간색 액체가 물감으로 그려져 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조명을 받은 물감의 표면이 조금 반짝이고있다








플러시1, 2024, 혼합재료, 76 × 89 × 3 cm
Flush1, 2024, Mixed media, 76 × 89 × 3 cm

이예은의 혼합매체 회화 작업의 반짝이는 부분을 가까이에서 보여주고 있다 천 가장자리를 잡아당기는 실 또한 가까이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