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하 연
⎯⎯ Ha Yeon Joo
@hayeon.djoo
yanbeaj1026@daum.net






나와 친구는 45도로 누인 설산을 올랐다. 우리가 도달한 애매한 봉우리에는 회갈색 빛 구름이 둘러싸고 있었다. 도시의 증기처럼 매우 매캐한 색은 아니었다. 스키 타는 사람들은 산이 지시하는 중력의 방향을 따라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처럼 눈에 흔적을 남길 수라도 있을 듯 검지 손톱을 예민하고 뾰족하게 갈아내어 눈 위로 등고선을 그렸다. 나는 그의 손등에 손바닥을 얹었다. 등과 바닥의 온도 차가 극명하진 않았지만, 분명 내 손바닥의 열감은 그의 손등을 녹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내게 기다리는 시간에 대해, 그리고 누군가는 나의 여백 없는 눈빛에 대해 일러준 적이 있다. 며칠 전, 너와 나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 나의 눈물은 마른 눈물이었고, 너의 눈물은 처음 터뜨려보는 무지한 눈물이었다. 그렇다고 순수한 눈물이라 말할 수는 없는 그런 눈물이었다. 손을 뻗을 수도, 발을 가져다 댈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너와 내가 흘린 눈물은 어떻게든 모여야 했다. 몸을 둥글게 말아 땅 위에 굴리고 허공을 향해 시선을 연장했다. 거대한 무게 추가 만들어졌다. 아스팔트 거죽에 틈이 생겼다.
그가 써낸 질문 중에는 내가 답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답을 써내리지 못하는 동안 나는 빈 종이를 응시했고, 빈 종이를 비추는 조명을 한둘 가려보기도 했다. 그럴수록 그의 질문을 구성한 활자들은 견고해져만 갔다. 반복적으로 써내린 답변은 빳빳한 미색 종이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었고, 반복적으로 답변을 지워낸 흔적은 옅은 그을음으로 종이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집배원은 반쯤 투명하고 반쯤 불투명해진 종이를 들고 이곳저곳을 들렀다. 편지를 보내는 두 사람의 몸은 집배원의 애틋함을 경유해 연결되었다.
*
주하연은 그림을 그리거나 가마에서 유리 캐스팅 조각을 꺼낼 때 모종의 형태들을 발견한다. 손쉽게 낚아챈 형상들은 금세 사라지고 금세 재발한다. 이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하는 일은 어딘가 춤을 추는 일을 닮은 듯하다. 외운 줄 알았던 동작은 어느새 머릿속에서 빠져나갔지만, 몸은 지나간 흔적과 접힌 자국을 기억한다. 어떤 것을 만났는지 복기하고, 어떤 것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하며 새 물감을 얹거나 설익은 물감을 닦아낸다.
My friend and I climbed a snowy mountain at a 45-degree angle. The vague peak we reached was surrounded by grayish clouds. They were not as smoky as steam found in the cities.
Skiers were descending rapidly, following the direction of gravity told by the mountain. My friend and I drew contour lines in the snow with our index fingernails, sharpened and pointed, as if we could make marks in the snow like the skiers do.
I rested my palm on the back of their hand. My palm was carrying some heat just enough to melt the cold.
Someone once told me how to stand by, and someone else told me about my densely staring eyes. A few days ago, you and I shed many tears. My tears were dry, and yours were ignorant. They were the first tears you have ever shed, but the kind you can barely call it pure. Although our actions were stiff, the tears we shed had to be collected.
By rolling our bodies on the ground, we extended our gaze through the air. A huge pendulum was made. There was a subtle gap made on the skin of the soil.
Many of the questions they wrote were ones I could not really answer. I stared at the blank sheet as I could not write a letter. As I tried to hide the light that lit the sheet, the letters that made up the questions became more solid. Anonymous scribbling made the ivory-shaded paper transparent, and the repeated erasures made the paper more opaque with mild stains.
Our postman stopped here and there to deliver the half-transparent, half-opaque paper. Two senders' bodies were connected through the postman's yearning.
*
Whenever Ha-Yeon Joo paints or either takes glass casting pieces out of the kiln, she easily catches and loses certain shapes. Repeating this process is somewhat reminiscent of dancing for her.
The moves she thinks she has memorized are long gone from her head, but her body remembers the tracks and folds the body has taken. By putting on fresh paint or wiping away unripe colors, she reviews of what she met and looks forward to what she will dis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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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installation view
주하연의 작업 설치 전경이다 한 벽면에 설치되어 있으며 맨 왼쪽부터 순서대로 유리 조각과 정사각형 비율의 노란색 회화 그리고 벽에 기어 설치된 세로로 긴 하얀 회화가 있다 그리고 조금 간격을 띄워 설치된 작은 회화와 그보다 훨씬 높은 곳에 두 개의 세로로 긴 회화가 설치돼있다

뭍, 2024,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130.3 × 162.6cm
Mut, 2024, acrylic and oil on canvas, 130.3 × 162.6cm
주하연의 회화 작업이 설치된 모습이다 왼편에는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놓여있고 그 오른쪽에는 짙은 색감의 캔버스가 설치돼있다 캔버스 뒤로는 벽에 걸린 주하연의 다른 작품들이 보인다

케라틴 콘페티, 2024, 혼합재료, 가변크기
Keratin Confetti, 2024,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주하연의 유리 캐스팅 작업이 설치된 모습이다 화면의 좌측 상단에는 두 개의 캔버스의 밑부분이 있고 그 옆에는 푸른 계열의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놓여있다 연한 하늘색이나 짙은 초록색으로 만들어진 얇은 유리에 하얀색 조각들이 부분적으로 묻어있다

인사하기, 2024, 나무 판넬에 아크릴과 잉크 마카, 130.3 × 193.9cm
Bow, 2024, acrylic and ink marker on wooden panel, 130.3 × 193.9cm
주하연의 회화 작업이다 보랏빛 배경 위에 다양한 두께의 선과 면들이 그려져 있다 전체적인 색감은 채도가 높지 않아 색이 바랜 느낌이다 중앙에 비해 화면의 양옆은 어두운 갈색으로 칠해져 있어 대비감이 있다

케라틴 콘페티, 2024, 혼합재료, 가변크기
Keratin Confetti, 2024,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주하연의 유리 캐스팅 작업이 설치된 모습이다 화면의 중앙에 유리 조각 네 개가 모여 있다 왼편에는 진한 보라색으로 만들어진 반투명한 유리 조각 하나가 있고 그 옆에는 미색 짙은 고동색 그리고 진한 초록색이 주가 되는 유리 조각 세 개가 쌓여 있다 그 뒤에는 채도가 높은 파란색 종이가 곡선을 그리며 바닥에서부터 벽으로 연결되어 붙어있다 파란색 종이 뒤에는 작은 흑백조의 드로잉이 있다

전시전경
installation view
주하연의 작업 설치 전경이다 두 개의 벽면이 있으며 왼쪽 벽에는 두 개의 작은 그림이 바닥과 가깝게 붙어있다 두 개의 그림 중 오른쪽 그림 옆에는 푸른 계열의 동그란 조각들이 철사에 달려있다 곡선으로 휘어있는 철사를 따라 올라가면 흰 좌대와 그 위에 놓인 진한 녹색 인조잔디와 반투명한 하늘색 직사각형 조각들이 있다 오른쪽 벽에는 면적이 넓은 검정색 그림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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